국민연금 개혁. 최근 여야가 발표한 합의안이 과연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 개혁안을 두고 "실제로는 개혁이 아닌 부분적 조정일 뿐"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겉으로는 뭔가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빠져 있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 기금 고갈 위기
현재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 고갈이 예측되어 있으며, 개혁이 없다면 이후 세대는 연금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 변화,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는 기금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연금 수급자 수는 전체 인구 대비 극히 적었지만, 2025년이면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수급 연령에 진입하게 됩니다.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지게 되는 ‘역전 현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변화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3%로 상향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국민에게 더 부담을 지우되, 급여도 더 준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구조가 기금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면서도 수급액을 같이 늘리면, 실제로 기금이 축적되거나 고갈 시점을 획기적으로 늦출 수 없습니다. 이영주 박사는 이를 "산소호흡기로 며칠 더 연명시키는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예시로 스웨덴은 연금 위기 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전환해 성공적인 개혁을 이룬 바 있습니다.
자동 조정 장치 미비, 개혁의 핵심 누락
연금 재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변동되는 인구,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은 '자동 조정 장치'를 필수적으로 포함합니다.
이 장치는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률 저하, 기대수명 증가 등 변수를 자동 반영해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조정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혁안에서는 이 핵심 장치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연금 제도의 ‘안전벨트’를 빼고 달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눈앞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핵심 요소를 제외한 건, 장기적으로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소득대체율 흥정, 개혁의 본질을 벗어나다
여야는 이번 개혁안에서 소득대체율을 42%, 43%, 혹은 44% 등으로 조정하자며 치열한 협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마치 야시장에서 물건 가격 흥정하듯 다루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소득대체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과 기금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정치적 타협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밀한 재정 추계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청년층의 연금 불신, 해결 방안은?
현실적으로 20~30대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내도 못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약 60%는 "국민연금 수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도 변화가 잦고 예측 불가
-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다가옴
- 청년층의 소득 수준은 낮은 반면 보험료 부담은 커짐
일부 청년층은 납부를 포기하거나, 소득 신고를 축소하는 등 회피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신뢰 붕괴는 제도의 붕괴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 해외 사례에서 배우자
스웨덴: 연금 지급 시작 연령 상향, 소득대비 연금 비율 하향, 자동 조정 장치 도입
독일: 개인연금과 국민연금 병행 의무화, 기초연금 보장하면서도 상한제 도입
일본: 연금 지급 개시 시점 선택 가능(60~75세), 보험료율 상한 설정 후 자동 조정 시행
대한민국도 더 이상 ‘국민 정서’를 핑계로 실효성 없는 개혁안을 내놓아선 안 됩니다.
국민연금 개혁 결단의 시점,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만간 국민연금은 다시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현재의 미온적인 조정으로는 그 어떤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방향은 명확합니다:
- 보험료율은 18%까지 현실적으로 인상
- 소득대체율은 줄이되, 기초연금으로 보완
- 자동 조정 시스템 도입
- 청년층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신뢰 회복 정책 병행
국민연금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 자녀들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사회적 약속입니다. 지금 우리가 외면한다면, 미래 세대는 훨씬 더 큰 고통을 감당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개혁, 뼈를 깎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